[채권 투자 2회] 전쟁이 왜 채권 금리를 올리나 — 인플레·재정·달러의 연결고리

2026. 3. 17.

 

시리즈 안내: 이 글은 '미국-이란 전쟁과 채권 투자 완전 해설' 8부작 시리즈의 두 번째 글입니다. 1회에서 호르무즈 봉쇄와 유가 충격을 살펴봤습니다. 이번에는 그 충격이 어떻게 미국 장기채 금리를 밀어올리는지, 그 메커니즘을 세 가지 경로로 풀어드립니다.

 


"전쟁이 나면 안전자산인 채권을 사니까 채권 가격이 오르고 금리는 내려야 하는 것 아닌가요?"

 

이런 질문을 많이 받습니다. 교과서적으로는 맞는 말입니다. 전통적으로 지정학적 위기가 발생하면 투자자들은 위험 자산(주식, 원자재)을 팔고 안전 자산(미국 국채, 달러, 금)으로 피신합니다. 국채에 수요가 몰리면 가격이 오르고 금리(수익률)는 내려갑니다.

 

그런데 이번 미국-이란 전쟁은 다릅니다. 전쟁이 시작된 2026년 2월 28일 이후,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전쟁 전 4.05%에서 3월 15일 기준 4.27%로 오히려 올랐습니다. 채권 가격이 떨어진 것입니다. 골드만삭스 CEO도 "시장 반응이 예상보다 온화하지만 국채는 비정상적 움직임"이라고 인정했습니다.

 

왜 이런 역설이 발생했을까요?

 


역설의 핵심: 이번 전쟁은 '인플레이션 전쟁'이다

과거의 전쟁들과 이번 전쟁이 결정적으로 다른 점이 있습니다. 2003년 이라크 전쟁, 2011년 리비아 내전, 심지어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초기에도 채권은 안전자산으로서 제 역할을 했습니다. 투자자들이 위험을 피해 채권으로 몰렸고 금리는 내려갔습니다.

 

하지만 이번은 다릅니다. 호르무즈 해협이 막히면서 에너지 가격이 40% 이상 폭등했고, 이것이 인플레이션 기대를 자극하기 시작했습니다. 채권 투자자들에게 인플레이션은 가장 무서운 적입니다. 내가 지금 4%짜리 채권을 샀는데 인플레이션이 5%가 되면, 실질 수익률이 마이너스가 됩니다. 돈의 가치가 채권 이자보다 빠르게 줄어드는 것입니다.

 

그래서 인플레이션 기대가 오르면 투자자들은 더 높은 금리를 요구합니다. 채권을 사기 위해서는 인플레이션을 웃도는 수익률을 보장받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안전자산임에도 불구하고 채권 금리가 오르는' 역설의 핵심입니다.


경로 1: 유가 → 인플레이션 → 금리 상승

첫 번째이자 가장 강력한 경로입니다.

 

호르무즈 봉쇄 → 유가 40% 이상 급등 → 에너지 비용 상승 → 제조·물류·식품 전반 가격 상승 → 소비자물가(CPI) 상승 → 인플레이션 기대 급등 → 채권 실질 수익률 하락 우려 → 투자자들이 더 높은 금리 요구 → 장기채 금리 상승

 

이것이 지금 실제로 벌어지고 있는 일입니다. 2026년 2월 미국 PCE 물가상승률은 2.8%였는데, 유가 급등이 지속되면 수개월 내 3.5%를 넘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연준 입장에서도 문제가 복잡해집니다. 유가 상승은 '외부 충격'이지 '수요 과잉'이 아니기 때문에 금리를 올린다고 해서 유가를 잡을 수 없습니다. 그렇다고 물가가 오르는데 금리를 내릴 수도 없습니다. 연준은 사실상 아무것도 못 하는 상황에 갇히게 됩니다. 이 무력감이 장기 채권 금리에 불확실성 프리미엄을 더합니다.


경로 2: 전쟁 비용 → 재정 적자 → 국채 공급 폭증

두 번째 경로는 재정입니다. 전쟁은 돈이 매우 많이 듭니다.

 

미군은 이번 작전에서 100시간당 약 37억 달러, 즉 하루 약 9억 달러의 비용을 쓰고 있는 것으로 추산됩니다. 전쟁이 수개월 이상 지속되면 총 전쟁 비용은 수천억 달러를 훌쩍 넘게 됩니다. 여기에 추가로 방위산업 재고 보충, 동맹국 지원, 귀환 병력 처우 비용까지 더하면 수조 달러 규모가 됩니다.

 

정부가 이 돈을 마련하는 방법은 두 가지입니다. 세금을 더 걷거나, 국채를 더 발행하는 것입니다. 현실적으로는 대부분 국채 발행으로 충당합니다.

 

이미 38.6조 달러를 넘어선 미국 국채 잔액이 더 빠르게 늘어납니다. 국채 공급이 늘어나면 기본적인 수요·공급 논리에 따라 채권 가격이 내려가고 금리가 올라갑니다. 더 많은 국채를 소화하기 위해 시장이 더 높은 금리를 요구하는 것입니다.

 

국채 금리가 1%포인트 오르면 미국 정부는 연간 수천억 달러의 이자를 더 내야 합니다. 이자 비용이 늘면 국채를 또 발행해야 하고, 그러면 금리가 더 오르는 악순환이 시작됩니다.


경로 3: 달러 신뢰 → 외국인 국채 수요 감소

세 번째 경로는 조금 더 구조적이고 장기적인 위협입니다.

 

미국 국채가 낮은 금리에도 잘 팔려왔던 이유 중 하나는 전 세계 중앙은행과 국부펀드들이 달러를 준비통화로 보유하면서 미국 국채를 사왔기 때문입니다. 현재 외국인이 보유한 미국 국채는 7.6조 달러에 달합니다.

 

그런데 이번 전쟁에서 이란이 중요한 카드를 꺼냈습니다.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에 대해 달러가 아닌 위안화로 통행료를 지불하도록 요구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현실화되면 페트로달러 시스템, 즉 '원유는 달러로만 거래한다'는 52년간의 관행이 흔들립니다.

 

달러로 원유를 사기 위해 전 세계가 달러를 보유해야 했는데, 그 필요성이 줄어들면 달러 수요가 줄고, 달러 수요가 줄면 미국 국채를 사줄 사람이 줄어듭니다. 이것이 장기채 금리에 구조적 상승 압력을 가합니다.


연준의 딜레마 — 올리면 침체, 내리면 인플레

세 가지 경로를 통해 장기채 금리가 오르는 상황에서 연준은 무엇을 해야 할까요?

 

일반적으로 경기가 나빠지면 금리를 내리고, 물가가 오르면 금리를 올립니다. 그런데 지금 상황은 경기가 나빠지면서(Q4 GDP 성장률 0.7%로 급락) 동시에 물가도 오르고 있습니다. 이것이 '스태그플레이션'의 초기 신호입니다.

금리를 올리면: 이미 침체 조짐이 있는 경기를 더 빠르게 냉각시킵니다. 기업 줄도산, 실업률 급등, 금융 시스템 스트레스가 우려됩니다.

 

금리를 내리면: 에너지發 인플레이션이 더 빠르게 확산됩니다. 1970년대처럼 물가가 두 자릿수로 치솟을 위험이 있습니다.

어느 쪽도 선택하기 어려운 이 딜레마가 지속되는 한, 장기채 금리에는 '불확실성 프리미엄'이 계속 붙게 됩니다. 골드만삭스는 올해 첫 금리 인하 전망을 6월에서 9월로 연기했고, 시장에서는 올해 금리 인하가 아예 없을 수 있다는 가격 반영이 시작됐습니다.


전쟁 프리미엄 +20~30bp

현재 10년물 금리 4.27%를 분석해보면, 전쟁 전 4.05%와 비교해 약 22bp가 올랐습니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 중 20~30bp가 '전쟁 리스크 프리미엄'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합니다.

 

이 관점은 투자 전략에서 매우 중요합니다. 전쟁이 종결되거나 협상이 시작될 경우, 이 프리미엄이 빠르게 해소되면서 금리가 급락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금리가 내리면 채권 가격은 오릅니다.

 

지금 장기채 금리가 높은 것은 위험 신호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종전 이후를 내다보는 투자자에게는 매수 기회의 신호이기도 합니다. 이 역설적 기회에 대해서는 7회와 8회에서 자세히 다루겠습니다.

 

다음 회차에서는 장기채 금리가 오르면 우리 일상과 투자 자산 전반에 어떤 파급 효과가 생기는지 살펴보겠습니다.


다음 글: [3회] 장기채 금리 오르면 내 삶이 어떻게 바뀌나 — 주식·부동산·신흥국 연쇄 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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